즐풍목우(櫛風沐雨)
– 바람으로 머리 빗고 비로 목욕하다, 객지서 고생하다.
[빗 즐(木/15) 바람 풍(風/0) 머리감을 목(氵/4) 비 우(雨/0]]
바람 부는 대로 맡겨 머리칼을 정돈하고(櫛風) 흐르는 빗물로 목욕을 대신한다(沐雨). 생활이 어려워 고생하는 노숙인의 생활이 연상된다. 하지만 이 성어는 맡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오랜 기간 객지를 떠돌아다니며 온갖 고생을 다한다는 뜻을 가졌다. 큰 뜻을 이루려면 어지러운 세상에서 어려움과 고생을 이겨내며 맡은 일에 집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같은 의미로 바람을 맞으면서 밥을 먹고 이슬을 맞으며 잠을 잔다는 風餐露宿(풍찬노숙)이란 말도 있다. 櫛雨(즐우)나 櫛風(즐풍)으로 줄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나라의 큰일을 맡고서도 오랜 기간 떠돌아다니며 노숙생활을 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禹王(우왕)이라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중국 전설상의 夏(하)나라 시조인 우왕은 수년간 대홍수가 연이어 일어날 때 치수사업에 골몰하여 물길을 잡았다. 자신의 빗질이나 목욕은커녕 13년 동안 부인이 홀로 지키는 자신의 집 앞을 지나가면서 집을 지나쳤다는 過門不入(과문불입)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莊子(장자)’ 雜篇(잡편)의 마지막 부분인 天下(천하)편은 중국 고대의 사상가들을 소개하고 간략한 평가를 덧붙이고 있다. 兼愛說(겸애설)을 주창했던 墨子(묵자)를 설명하면서 나오는 우왕의 이야기를 보자. 옛날에 우임금이 홍수를 막을 때 직접 삼태기와 쟁기를 들고 큰 강 300개와 지천 6000개, 그리고 무수히 많은 작은 강의 물길을 터서 아래로 흘러가게 했다. 그랬기 때문에 우왕의 ‘장딴지에는 솜털도 나지 않았고, 정강이에는 굵은 털이 닳아 없어졌으며, 폭우로 목욕하고 질풍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모든 나라를 편안하게 했다(腓無胈 脛無毛 沐甚雨 櫛疾風 置萬國/ 비무발 경무모 목심우 즐질풍 치만국)’고 했다. 腓는 장딴지 비, 胈은 정강이털 발, 脛은 정강이 경. 묵자는 그렇게 고생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우왕의 방식이 아니니 묵가가 될 자격이 없다고 가르쳤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움츠렸던 공직자들도 의욕적으로 새 정부에서 열심히 역량을 펼친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비바람을 맞으며 일할 사람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혼신을 다한다는 정신으로 업무에 충실하다면 난국도 쉽게 넘으리라 본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