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견척촉 (杜鵑躑躅)
- 진달래와 철쭉을 함께 이르는 말
[막을 두(木/3) 두견새 견(鳥/7) 머뭇거릴 척(足/15) 머뭇거릴 촉(足/13)]
어려운 글자로 된 이 성어는 진달래와 철쭉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봄을 대표하여 곳곳에 축제도 벌이는 이들 꽃은 자주 일컫는 말로는 서로가 딴판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하지만, 철쭉은 개꽃이라 부른다.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고 염소나 양도 피한다고 한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란 구절의 시 ‘진달래꽃’은 金素月(김소월)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李元壽(이원수)의 ‘고향의 봄’에도 등장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趙演鉉(조연현)은 이렇게 노래했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진달래꽃을 杜鵑花(두견화)라고도 부른다. 여기에는 애달픈 이야기가 따른다. 秦(진)나라에 멸망한 고대 蜀(촉)나라의 望帝(망제)의 혼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前漢(전한)말기의 揚雄(양웅)이 지은 ‘蜀王本紀(촉왕본기)’와 東晋(동진)의 常璩(상거, 璩는 옥고리 거)라는 사람이 지은 ‘華陽國志(화양국지)’에 나온다고 한다. 망제는 나라를 빼앗긴 뒤 밤마다 ‘不如歸(불여귀, 돌아가고 싶다)’라고 피가 나도록 울다 죽어 두견새가 되었다. 접동새, 子規(자규)로 불리는 두견새는 그래서 歸蜀道(귀촉도), 蜀魄(촉백), 망제의 이름을 따 杜宇(두우), 杜魄(두백)이라 하기도 한다. 망제의 피가 떨어진 곳에 피어난 꽃이 진달래꽃이다. 진달래꽃을 넣어 빚은 술이 杜鵑酒(두견주)이고 진달래 꽃잎을 따 찹쌀가루를 섞어 지진 花煎(화전)은 예전 행락객의 최고의 운치였다.
5월에 잎과 함께 가지 끝에 연한 분홍색의 꽃이 피는 철쭉꽃은 먹지는 못해도 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 앞에서 머뭇머뭇하게 한다고 해서 躑躅花(척촉화)가 됐다고 한다. 실제 뜻으로 결단을 못하고 우물쭈물한다는 뜻으로 많이 고전에서 사용됐다. 조선 명종 때의 문신 裵龍吉(배용길, 1556~1609)의 철쭉을 읊은 시가 있다. ‘철쭉이 못 가에서 자태를 뽐내나, 외로운 꽃떨기 힘없이 모두 기울었네(躑躅臨池欲自誇 孤䕺無力摠低斜/ 척촉림지욕자과 고총무력총저사), 봄날이 지나가니 꽃도 따라 시드는데, 이제야 술잔 잡고 꽃구경을 하려네(春光已老花隨老 始酌叵羅欲賞花/ 춘광이로화수로 시작파라욕상화).’ 䕺은 떨기 총, 叵는 어려울 파. ‘琴易堂集(금역당집)‘에 실려 있다.
봄에 흔한 꽃에 이처럼 여러 의미가 있는 것은 의외다. 아름다움에 취해, 흥에 겨워 꽃을 지나치기 전에 간단한 뜻을 새기면 더 의의가 있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