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간화(走馬看花)
– 말을 타고 달리며 꽃을 구경하다, 대충 보고 지나가다.
[달릴 주(走/0) 말 마(馬/0) 볼 간(目/4) 꽃 화(艹/4)]
온갖 생물이 흐드러진 萬化方暢(만화방창) 따뜻한 봄날에 느긋이 말 등에 올라타고 산천경개 구경한다고 하면 무엇이 느껴질까. 신선이 따로 없이 좋은 팔자라고 모두들 부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말을 타고 달리며(走馬) 꽃구경을 한다(看花)면 아름다운 꽃을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다. 흔히 走馬看山(주마간산)으로 잘 알려진 이 성어는 ‘수박 겉핥기’란 속담과 같이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대충대충 훑고 지나간다는 뜻으로 굳어졌다. 처음 꽃으로 사용될 때는 일이 뜻대로 되어 마음이 즐겁다는 뜻이었는데 의미하는 바가 달라졌다.
중국 中唐期(중당기) 시인으로 유명한 孟郊(맹교, 751~814)는 韓愈(한유)와 가깝게 지내며 復古主義(복고주의)에 동조한 작품을 많이 썼다. 가정적으로 불우하여 청년 시절 청렴한 생활을 하면서 벼슬에는 전혀 뜻이 없이 시작에만 열중했다. 어머니의 권고에 못 이겨 41세가 되던 해 과거에 응시했지만 보기 좋게 낙방하고 주변에서 온갖 냉대를 다 받았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낙방하고선 ‘두 번이나 서울 땅을 밟고서도 또 떨어져, 헛되이 눈물 머금고 꽃만 바라보네(兩度長安陌 空將淚見花/ 양도장안맥 공장루견화)’라며 피눈물을 흘렸다.
陌은 길 맥. 그러다 46세 때에 겨우 급제하여 진사가 되었는데 세상인심이 급변했음을 실감했다. 맹교가 어느 술좌석에서 또 꽃을 등장시켜 각박한 민심을 풍자했다. ‘登科後(등과후)’란 시의 부분을 보자. ‘봄바람에 뜻을 얻어 세차게 말을 모니, 하루 만에 장안의 꽃을 다 보았네(春風得意馬蹄疾 一日看盡長安花/ 춘풍득의마제질 일일간진장안화).’ 말을 타고 달리며 장안의 꽃을 다 구경했다는 것은 하루 만에 좋은 것을 모두 맛보았다는 은유로 이전 낙방했을 때와 천양지차를 실감했다는 표현이다. 앞부분의 春風得意(춘풍득의)란 말도 벼슬을 얻게 된 기쁨을 표현하는 성어가 됐다.
다른 목적이 없이 관광을 할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구경하는 것이 더욱 흥이 난다. 하지만 학업이나 사업을 할 때는 목표가 있고 이익이 걸려 있어 대충하면 실패가 기다린다. 이것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으니 탈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