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입고황(病入膏肓)
- 고칠 수 없이 깊이 든 병
[병 병(疒/5) 들 입(入/0) 기름 고(肉/10) 명치끝 황(肉/3)]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한 병이 들었을 때 膏肓(고황)에 들었다고 한다. 고황은 우리 몸의 심장과 횡격막 사이를 말한다. 膏(고)는 기름, 지방, 고약을 말할 때 쓰는데 고대 의학에서 심장의 아랫부분을 가리켰다고 한다. 소경 盲(맹)과 1획 차이로 잘못 읽기 쉬운 肓(황)은 횡격막의 윗부분을 나타낸다. 이 사이에 병이 나면(病入) 아무리 뛰어난 명의가 와도 고치기 어렵다는 이야기에서 성어가 유래했다. 膏肓之疾(고황지질)이나 病入骨髓(병입골수), 二竪爲烈(이수위열, 竪는 더벅머리 수)이라 해도 뜻이 같다. 여기에서 나쁜 습관이나 사상에 깊이 물들어 도저히 치유할 수 없을 때 비유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晉(진)나라의 景公(경공)이 꿈에서 유령을 봤다. 머리를 땅에 늘어뜨린 유령이 자기 자손들을 죽였기 때문에 경공에게 벌을 주겠다고 하며 대문과 침실의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혼비백산한 경공이 그날로 병이 들어 위독한 상태가 됐다. 나라 안의 용하다는 의원은 모두 불러 치료하게 했으나 효험이 없자 이웃 秦(진)나라의 桓公(환공)에게 부탁해 명의를 모셔오게 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환공은 緩(완)이라는 최고의 명의를 보내기로 했다.
명의 완이 도착하기 전에 경공은 또 이상한 꿈을 꾸게 됐다. 병이 두 사람의 더벅머리 소년으로 변하더니 그 중 하나가 용한 의원이 온다는데 자기들을 상하게 하면 어디로 도망치지 하고 말했다. ‘다른 하나가 말했다. 횡격막 위와 명치끝 아래에 가 있으면 우리를 어떻게 하겠어(其一曰 居肓之上 膏之下 若我何/ 기일왈 거황지상 고지하 약아하)?’ 명의가 와서 진맥했는데 꼬마들의 말대로 병이 침을 놓아도 이르지 못하는 곳에 났고 약도 효험이 없으니 다스릴 수 없다고 했다. ‘左氏傳(좌씨전)’ 成公(성공) 12년조에 실려 있다.
현대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고칠 수 없는 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덕으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선진국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등 자랑할 만하다. 하위권에 드는 부문도 많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갈등, 남을 헐뜯는 무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무질서, 끊임없는 경쟁으로 삶의 만족도 저하 등등은 국력에 비해 까마득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치유할 수 없을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속히 손쓰지 않으면 명의를 불러도 소용없게 될지 모른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