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계경후(殺鷄儆猴)
- 닭을 죽여 원숭이에 경고하다.
[죽일 살(殳/7) 닭 계(鳥/10) 경계할 경(亻/13) 원숭이 후(犭/9)]
본보기는 좋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남에게 설명하거나 증명하기 위한 모범은 흐뭇하다. 반면 여러 사람을 훈계하기 위해 잘못한 사람을 징계하는 본보기는 다수를 위한 것이라도 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다. 실제 사람의 목숨을 끊은 본보기는 성어에 제법 된다. 중국 蜀(촉)나라의 군사 諸葛亮(제갈량)이 군령을 어겨 패배를 가져온 부하의 목을 울면서 벤 泣斬馬謖(읍참마속)이 있다. 병법에 능통한 孫武(손무)가 세 번 훈령하고 다섯 번을 거듭 말해도 시시덕거린 왕의 총희를 베어 버렸다. 三令五申(삼령오신)이다. 무시무시한 조치 이후 군기가 바싹 잡힌 건 물론이다.
많이 쓰이는 一罰百戒(일벌백계)나 殺一儆百(살일경백, 儆은 경계할 경)이란 말도 같다. 한 사람을 죽여 백 사람에게 경계가 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漢書(한서)’가 설명한다. ‘하나로써 백을 경고하면 모든 사람들이 복종하게 된다. 공포감은 스스로를 새롭게 변화시킨다(以一警百 使民皆服 恐懼改行自新/ 이일경백 사민개복 공구개행자신).’ 사람이 너무 심하다면 다른 방법도 동원한다. 풀을 두들겨 뱀을 놀라게 한다는 打草驚蛇(타초경사), 산을 울려 범을 놀라게 하는 敲山震虎(고산진호, 敲는 두드릴 고) 등이 있다.
닭을 죽여(殺鷄) 원숭이에게 본보기가 되게 한다(儆猴)는 같은 뜻의 성어에는 다음 이야기가 따른다. 한 노인이 기르는 원숭이에게 곡예를 가르쳐 장터에서 돈을 벌기로 했다. 구경꾼들이 모여 들었지만 원숭이가 도통 평소 잘 하던 묘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노인은 피를 싫어한다는 원숭이의 속성을 알고 닭의 목을 쳤다. 시뻘건 피를 보고 공포에 질린 원숭이는 그제야 재주넘기를 시작했다. 본보기를 잘못 고른 성어도 있다. 하찮은 물오리를 잡으려다가 아름다운 원앙새를 놀라게 하여 달아나게 하면 어리석다. 打鴨驚鴛鴦(타압경원앙)은 경계를 주지 않고 놀람만 주었다.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하면서 얻은 교훈은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한다. 이끄는 사람은 효과를 봤다고 우쭐댈 때 그 조직은 곪는다. 전번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설치로 경색됐을 때 중국이 한국기업에 보복하면서 살계란 표현을 써 반발을 샀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에 펼쳤던 정책과 사람을 대거 바꾸면 공무원들은 바싹 엎드린다. 본보기를 잘 쓰면 희생은 적게 하고 발전을 가져 온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