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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4. 08:10 카테고리 없음

 

순치보거(脣齒輔車)

- 입술과 이, 또는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와 같이 밀접한 관계

[입술 순(肉/7) 이 치(齒/0) 도울 보(車/7) 수레 거(車/0)]

입술과 이(齒牙/ 치아)의 관계는 서로의 도움이 필요한 밀접한 관계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성어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脣亡齒寒(순망치한)이다. 비슷한 뜻으로 輔車相依(보거상의)란 말이 있는데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를 말한다. 輔는 수레의 양쪽 가장자리에 덧대는 덧방나무란 뜻 외에 광대뼈를 가리키고, 車는 수레바퀴라는 뜻 외에 잇몸을 나타내기도 한다. 덧방나무와 바퀴거나 광대뼈와 잇몸이거나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그래서 두 성어를 합쳐 서로 돕고 의지하거나 떠날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뜻하는 말이 됐다.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 북방의 강국 晉(진)나라의 獻公(헌공)은 이민족에 승리를 거두고 데려온 驪姬(여희, 驪는 검은말 려)라는 미녀에 혹해 태자 申生(신생)이 살해되고, 重耳(중이)는 망명생활을 하게 되는 악업이 있지만 文公(문공)이 천하의 패자가 되는 길을 닦았다고 평가받는다. 헌공이 주변 약소국인 虞(우)나라와 虢(괵, 虢은 나라 이름, 범발톱자국 괵)나라를 병합할 때의 일이다. 이전부터 괵을 치려했으나 그러려면 우나라를 지나야 했다. 假途滅虢(가도멸괵)의 성어는 여기서 나왔다. 이들 두 나라는 형제국으로 여기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함부로 한 곳을 침략하기가 껄끄러웠다.

대부 荀息(순식)이 꾀를 냈다. 우나라 임금은 욕심이 많아 명마와 구슬을 선물로 주면 길을 비켜줄 것이라 했다. 순식간에 마음이 돌아간 우임금에게 충직한 신하 宮之奇(궁지기)가 열을 올려가며 간했다. 괵과 우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라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 순망치한)’거나 ‘덧방나무와 바퀴는 서로 의지한다(輔車相依/ 보거상의)’란 속담과 같은 경우라며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설득해도 어리석은 우왕이 듣지 않자 궁지기는 화를 피하여 우나라를 떠났고 염려한대로 진헌공은 괵나라를 멸한 뒤에 우나라를 쳐서 병탄하고 말았다.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 僖公條(희공조)에 실려 전한다.

나라 사이에서도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모습이 이를 보호하려는 속내가 들어 있다. 북한이 그렇게 말썽을 부려도 은연중 감싸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국경을 맞닿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은 기업이나 개인이나 말할 것 없지만 대립보다는 상생을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될 덕목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posted by boy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