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識字憂患) - 글자를 아는 것이 근심이다.
[알 식(言/12) 글자 자(子/3) 근심 우(心/11) 근심 환(心/7)]
‘아는 것이 병‘이란 속담대로 지식이 해가 될까? 이것은 정확하지 못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지식은 오히려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지 실제로 몰라도 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래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격언을 남겼다. 모르는 편이 나을 때가 간혹 있겠지만 도리를 알고 있는 까닭으로 도리어 불리하게 되었을 때 한탄하는 것이 識字憂患이다.
이 성어는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北宋(북송)의 대표적 시인 東坡(동파) 蘇軾(소식)이 ‘石蒼舒醉墨堂(석창서취묵당)’이란 시의 첫 구절에 바로 시작한다. ‘인생은 글자를 알면서 우환이 시작되니, 성명이나 대강 적을 수 있으면 그만둠이 좋도다(人生識字憂患始 姓名麤記可以休/ 인생식자우환시 성명추기가이휴).’ 麤는 거칠 추.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에 설명하는 내용은 이렇다. 劉備(유비)가 諸葛亮(제갈량)을 三顧草廬(삼고초려)로 맞이하기 전에 있었던 軍師(군사)가 徐庶(서서)였다. 그는 曹操(조조)가 탐을 내는 인물이었는데 휘하에 끌어들이려고 계략을 썼다.
그가 효자라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 衛(위)부인이 위독하다는 가짜편지를 보냈다. 영문을 모른 위부인은 아들이 돌아오자 자기 필체를 위조한 계락인 것을 알고 통탄했다. 나중에 서서가 조조 진영으로 간 것을 알고 효심과 거짓편지 때문이라며 ‘여자가 글씨를 안다는 것이 걱정을 낳게 하는 근본 원인(女子識字愚患/ 여자식자우환)’이라 했다. 위부인의 말을 인용해 후세 사람들은 여자가 글을 배우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지만 실제는 원본에 없는 내용이 번역소설에 재미로 삽입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보다 울분에 차지만 더 멋진 사용처가 있다. 조선 말기 우국지사 梅泉(매천) 黃玹(황현) 선생은 1910년 한일강제병합 소식을 듣고 ‘絶命詩(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했다. 3수에 나오는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추등엄권회천고 난작인간식자인/ 가을 등불 아래서 책 덮고 회고해 보니, 인간 세상 식자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란 절절한 구절을 남겼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