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립도생(本立道生)
-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
[근본 본(木/1) 설 립(立/0) 길 도(辶/9) 날 생(生/0)]
모든 일에 기초와 근본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큰 건물이 무너지고, 튼튼한 다리가 끊어지는 것은 처음 시작할 때 기초가 부실한 데서 온다. 지금 훌륭한 인물이 처음부터 우뚝했을 리 없고, 오랫동안 찬탄을 받는 기념물도 탄생 때는 미약했다. ‘낙락장송도 근본은 종자’라는 말처럼 처음엔 보잘 것 없던 것이 쉼 없이 아끼고 가꾸는데서 자라났다. 老子(노자)도 道德經(도덕경)에서 기초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아름드리 큰 나무도 작은 싹에서 자라나고, 아홉 층 높은 다락도 한 삼태기 흙에서 세워진다(合抱之木 生於毫末 九層之臺 起於累土/ 합포지목 생어호말 구층지대 기어루토).’
기본을 세우면(本立) 나아갈 길이 생긴다(道生)는 당연하고도 중요한 말은 ‘論語(논어)’에 나온다. 기본 없이 시작할 수는 있지만 일을 계속하고 성취할 수는 없다. 빨리 이루려고 건너뛰어서는 부실만 남으니 기초를 다질 수밖에 없다. 논어의 學而(학이)편 제2장에서 有子(유자)가 한 말로 등장한다. 유자는 顔子(안자, 顔回)나 曾子(증자, 曾參)와 같이 공자의 제자 중에서도 존칭을 붙여 거명되는데 본명은 有若(유약)이다. 孔門十哲(공문십철)에는 들어가지 않아도 공자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닮은 제자로 후인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유자가 말한 내용을 보자. 사람됨이 효성스럽고 공손하면서 윗사람을 거스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이어진다. ‘윗사람을 거스르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난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불호범상 이호작란자 미지유야). 군자는 근본에 힘쓰는 것이니 근본이 확립되면 사람의 도리도 생겨난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 군자무본 본립이도생).’ 그러면서 사람의 도리가 생겨나는 근본은 孝弟(효제)에 있다고 했다. 부모를 섬기는 도리, 형과 어른을 섬기는 도리가 효제인데 孝悌(효제)와 같이 쓰인다.
어려운 일이 닥칠 때라도 기본이 다져져 있으면 크게 염려할 것이 없다. 한 해가 시작될 때 정치나 경제계 지도층 인사들이 잘 인용하는 말도 이 성어다. 광범위한 방면에 기초가 각각 다를 수 있지만 끔찍한 사고가 잇따르고, 법과 질서를 예사로 어기며, 아랫사람을 하찮게 여기는 인성 부재도 기본적인 도리를 소홀히 한 데서 비롯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