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점(紅一點)
– 푸른 잎사귀 사이의 한 송이 붉은 꽃, 많은 남자 사이에 있는 한 여자
[붉을 홍(糸/3) 한 일(一/0) 점 점(黑/5)]
여자를 꽃에 비유하는 것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 여성도 많지만 많은 남자들 속에 끼여 있는 한 사람의 여성은 꽃처럼 단연 돋보인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한 송이 붉은 점(紅一點)이 바로 붉은 꽃인 여성이다. 푸른 가지나 잎 사이에 단 한 송이의 꽃이 피었으니 더욱 눈에 잘 띈다. 처음엔 단지 붉은 한 송이 꽃을 가리킨 말이 많은 남자들 틈에 오직 하나뿐인 여자를 말하게 됐고, 나아가 여러 하찮은 것 가운데 이채를 띠는 우수한 것을 나타내게 됐다. 순서를 바꿔 一點紅(일점홍)이라 해도 같고 반대로 많은 여자 사이에 끼어있는 한 사람의 남자는 靑一點(청일점)으로 불리기까지 발전했다.
중국 北宋(북송)때 新法(신법)의 개혁정책을 밀어붙인 王安石(왕안석, 1021~1068)은 정치가로 잘 알려져 있다. 6대 황제인 神宗(신종)의 신임을 받고 시행한 개혁은 부국강병을 위한 것이었음에도 급진적인 것이 많아 歐陽修(구양수)나 司馬光(사마광) 등의 구법당 문신들과 대지주 등의 대대적인 반발을 샀고 심한 기근까지 겹쳐 좌절되고 말았다. 정치가로 뜻을 펴지는 못했던 왕안석은 그러나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 들어갈 정도의 문필가로 뛰어난 서정시와 산문을 많이 남겼다. 그가 석류를 노래한 ‘詠石榴詩(영석류시)’의 구절에 이 성어가 나온다. ‘무성한 푸른 잎들 가운데 한 점 붉은 석류꽃, 사람 마음 움직이는 봄 경치엔 많은 것이 필요치 않네(萬綠叢中紅一點 動人春色不須多/ 만록총중홍일점 동인춘색불수다).’ 봄이 되어 여러 꽃들이 다투어 피어있는 것보다는 무성한 푸른 잎 사이에 어쩌다 한 송이 피어있는 빨간 석류가 훨씬 사람의 눈과 마음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가 왕안석의 창작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송나라 陳正敏(진정민)이 遯齋閑覽(둔재한람)에는 왕안석의 부채에 唐(당)나라 사람의 시 ‘온통 푸른 무성한 가지들 속에 붉은 점 하나(濃綠萬紅枝一點/ 농록만홍지일점)’ 구절을 썼을 뿐이라 했다. 또 다른 곳에는 맞다고 하는 주장도 있으니 분분해도 많은 무리들 속에 우뚝한 존재를 나타내는 의미는 다를 바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