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경찰의 체포·연행이 위법해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손광진 판사는 30일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활동지원사 박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박 대표와 박씨에게 각각 700만원과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소송 비용의 3분의 1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박경석 대표는 지난해 7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가로막아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박경석 대표를 보조하던 활동지원사 박씨도 함께 체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이튿날 풀려났다.
박경석 대표 등은 경찰이 자신들을 경찰서로 이송하면서 휠체어, 안전띠 등이 마련된 장애인 수송 차량으로 호송해 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일반차량으로 호송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박경석 대표는 지난해 11월 첫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범죄 혐의가 없고 체포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체포가 이뤄졌다”며 “호송 과정에서도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한 차량으로 호송됐고 조사가 끝나고도 30시간 구금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은 체포 요건을 모두 갖췄고 장애인 호송 차량으로 호송했다고 반박했다. 조사 이후 구금 역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박경석 대표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음에도 (국가가) 장애인 차별에 대해서는 어떠한 감수성도 없이 관행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명벽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반성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