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두상기(垂頭喪氣) - 머리를 수그리고 기운을 잃다.
[드리울 수(土/5) 머리 두(頁/7) 잃을 상(口/6) 기운 기(气/6)]
머리를 바짝 치켜들고 무서움이 없이 나아가는 기세가 意氣揚揚(의기양양)이다. 높은 벼슬하는 주인을 태운 마차의 마부가 길을 비키는 사람들을 보고선 자신이 잘 나서 그러는 줄 알고 우쭐대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晏子之御(안자지어)에 나온 그 마부다. 알량한 배경이라도 있으면 거들먹거리는 세상에서 이와는 달리 머리를 푹 수그리고(垂頭) 기운을 잃었다면(喪氣) 보기에 딱하다. 어떤 일을 해도 잘 풀리지 않거나 잘 나가다 기세가 꺾여 의기소침한 모습을 가리킨다. 垂首喪氣(수수상기), 低頭喪氣(저두상기)라고 써도 같은 뜻을 나타낸다.
唐(당)나라 말기 安史(안사)의 난(755~763)과 黃巢(황소)의 난(875∼884)이 일어난 후 조정은 쇠약해져 군웅할거의 시대가 됐다. 後梁(후량)의 태조가 되는 朱全忠(주전충)과 陝西(섬서, 陝은 땅이름 섬) 일대서 세력을 떨치는 李茂貞(이무정)이 전국을 양분했고, 조정의 신하들도 두 패로 갈려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다. 주전충이 정변을 일으켜 수도로 진격하자 환관 韓全誨(한전회) 일파는 왕을 협박하여 결탁한 이무정의 본거지로 함께 달아났다. 이곳을 포위한 주전충에 성문을 닫아걸고 맞섰지만 군량이 떨어져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자 이무정은 화의를 청했다. 이것을 본 한전회는 ‘대세가 기운 것을 보고는 계책도 소용이 없어 고개를 떨구며 기운을 잃고(自見勢去 計無所用 垂頭喪氣/ 자견세거 계무소용 수두상기)’ 말았다. ‘新唐書(신당서)’ 한전회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 꼽히는 韓愈(한유, 愈는 나을 유)의 ‘送窮文(송궁문)’에서도 사용됐다. 정월 그믐날에 가난을 가져오는 귀신인 窮鬼(궁귀)를 물리치는 풍습을 의인화한 글이다. 5가지 궁귀들이 자신에게서 떠나달라는 주인에게 바보스런 짓이라며 되레 큰소리친다. 사람은 오래 살지 않지만 가난과 함께 이룬 명성은 백세 뒤에도 마멸되지 않는데 어찌 쫓아내려 하느냐고 했다. 그러자 주인은 ‘머리를 떨어뜨리고 기가 죽어 두 손 들고 사과했다(垂頭喪氣 上手稱謝/ 수두상기 상수칭사)’.
기세를 올리던 사람이 떨어진 것이 아니고,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 고개를 꺾은 모습은 보기에 딱하다. 졸업과 취업을 앞둔 많은 젊은이의 의기소침은 나라의 활력을 잃게 만든다. 금수저와 낙하산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리와 갑질 행태는 지도층에 더욱 신뢰를 잃게 만든다. 경제 침체와 함께 모든 것이 꽉 막힌 정국을 시원하게 뚫어줄 묘안은 없는지 모두들 답답하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